2024 ,힘들었지만 와인은 가장 샤블리 다울거야 : Jean-Paul Benoit Droin 방문기
샤블리에 도착한 건 오후였다. 샹빠뉴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스렝(Serein) 강이 마을 옆을 흐르고 있었다. 지도로 볼 때는, 커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동네의 실개천이었다. 글로 배운 사람은 경험으로 단단히 깨지는 중이다.

샤블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읍,면,리에 가까운 곳이었다. 샤블리읍에 도착했다.
포도 농사로 유명한 한적한 시골마을. 우리는 읍내에 도착했고, 약속시간이 가까워 읍내의 한 벤치에 앉아 피자와 콜라를 먹고 첫번째 약속을 기다렸다.
성스러운 도멘 방문 전 "미국적인 식사"라고 생각하니 다같이 빵터져 웃었다. ㅋㅋㅋ
브누아 드루앙(Benoît Droin)을 만난 건 도멘이 아니었다.

그는 샤블리 읍내에 위치한 꺄브를 약속 장소로 잡았다. 양조 시설은 그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다운 선택이었다.
Jean-Paul et Benoit Droin (장폴 브누아 드루앙)
드루앙 가문이 샤블리에서 포도를 재배한 건 1620년부터다. 브누아는 14대째다. 아버지 장 폴은 10년 전 은퇴했지만 와인 레이블에 여전히 이름이 남아 있다.
"도멘의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이겠지?" (는 내 해석이다ㅋㅋ)

브누아는 2024 빈티지 와인들을 테이스팅 시켜주었다.
2024년은 프랑스 전역이 힘들었던 해, 특히나 샤블리에겐 최악의 해였다고 한다. 우박, 홍수, 서늘한 날씨. 그런데도 브누아는 2024를 클래시컬한 빈티지라고 했다.
마치 2014년 빈티지와 닮았다는 말과 함께
총 26헥타르, 프리미에 크뤼 9개, 그랑 크뤼 5개를 가지고 있는 도멘이라 그런지 뀌베의 종류가 매우 폭넓었다. 우리는 와인들을 테이스팅을 하며 샤블리의 구석 구석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한 테이스팅 노트들만 펼쳐지니, 와인 이름만 보고 넘어가셔도 됩니다.)

l Petit Chablis 2024 : 100%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에서 양조 및 발효.
l Chablis 2024: 100%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양조 및 발효. 40개의 구획에서 가져온 포도. 밭마다 포도가 익는 정도가 달라 그 특징들이 다 다르지만, 구획이 많아서 블렌딩을 하여 양조 진행. 캐릭터의 일관성을 가지고자 노력함.

l Chablis 1er Cru Vaillons 2024(바이용): 좌안, 7개의 Lieu-dit가 있지만, 모두 섞음. 바이용 밭이 협곡의 바깥에 있어 일조가 좋아 일찍 수확하는 편. 25% 오크 75%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양조.
l Chablis 1er Cru Montmains 2024(몽멩): 좌안, 땅이 깊고, 서늘함. 과실이 천천히 익음. 점토질이 많아 과실의 볼륨감이 있음. 토스티하고 아몬드 향이 있음. 오크 40% 사용. 바이용 보다 1주일 뒤 정도에 수확함. 바로 붙어있는데도 불구하고! 협곡의 안쪽에 있어 찬공기의 영향을 받음.
지구온난화 이전엔 차이가 많이 났던 좌안과 우안: 좌안은 남서향, 우안은 북동향. 좌안이 아침의 해를 받고, 우안은 오후에 해를 받아, 우안이 더 빨리 익었었다.

보르도만 좌우안, 외웠지, 샤블리에서 좌우안 할일이었나요? 또 오늘도 경험치가 올라갑니다.(배워도 배워도 부족합니다 흑흑)
l Chablis 1er Cru Mont de Milieu 2024(몽 드 밀리유): 우안, 과실이 더 잘 익음. 살구 복숭아 등의 핵과류의 느낌이 난다. 남향 밭이라 일조가 굉장히 좋음
l Chablis 1er Cru Fourchaume 2024(푸르숌): 우안,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느낌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샤블리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 오크 40%. 바디와 볼륨이 좋음. 정말 이러니 부르고뉴 블랑과 샤블리가 구분이 안가지요 ㅠㅠ
l Chablis 1er Montee de Tonnerre 2024(몽떼 드 또네르): 우안, 스모키한 느낌. 미네랄리티, 바디감이 훨씬 더 좋음. 여운이 길다. 오크 25% 사용. 이 스모키한 느낌은 떼루아에서 오는 특징임. 직선적, 미네랄리티가 강조. (이를 살리기 위해 오크를 적게^^)

l Chablis Grand Cru Vaudesir 2024(보데지르): 바이용의 상위 호환격. 일조가 좋은 포도밭에서 과실은 빨리 익지만, 토양에서 오는 프레시함 미네랄리티가 있음. 본인의 와인 중 가장 섬세하고 우아한 뀌베. 오크 40%
l Chablis Grand Cru Valmur 2024(발뮈르): 포도밭은 서늘하지만, 캐릭터는 터프하고 파워풀함, 바닷바람의 솔티함. 우아함은 떨어지지만, 밀도가 높고 더 샤블리스러움. 오크 40%.
l Chablis Grand Les Clos 2024(레 끌로): 샤블리 그랑 크뤼 중에 가장 잠재력이 좋은 밭! 오후에 햇볕이 들어 과실이 잘 익는 곳. 지금은 어려서 단단하고 잘 안보여 주지만, 볼륨감, 밀도가 좋음. 오크 50%

2023년은 더워서 과실이 잘 익었고 작황이 좋았다. 접근성 좋은 빈티지이지만 되려 샤블리의 특징을 많이 담고 있지 않다. 2024는 빈티지가 어려웠지만, 훨씬 더 샤블리다운 와인이 나왔죠.
휘몰아치는 2024빈티지를 테이스팅 후, 그의 말에 철저히 공감할 수 있었다. 빈티지를 외워가며, 굿빈과 망빈(?)을 구분하는 것은 누가 만든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가 꺼내준 두가지의 올드빈티지 와인들을 시음했다. 각각의 와인은 학습 목표가 명확했다.
1. Chablis 1er Cru Mont de Milieu 2014
학습목표1. 2014 빈티지를 마시며, 클래시컬한 샤블리 빈티지를 이해한다.
학습목표2. 샤블리에서 강조되는 미네랄리티는, 10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우리 앞에 나타남을 안다.
몽 드 밀리유는 햇볕이 좋은 밭이라, 핵과류 늬앙스를 보이는데(2024 기억나지?), 2014 빈티지의 십년이 넘게 숙성된 결과는 과실미는 서서히 사라지고, 전형적인 샤블리의 미네랄리티의 특징들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대목은 돌아와서 기억들을 조각 모음하니, 투어 중 다수의 생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부분인데, "늘 변하는 유기체가 항상성을 가지는 궁극의 무기체로 변화는 과정.. "그것은 좋은 와인에게 꼭 필요한 여정인 것. 이건 샤르또뉴 따이에 방문기에서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기로..

2. Chablis Grand Cru Les Clos 2002
학습목표1. 샤블리 그랑크뤼 잠재력은 최소 30년임을 안다.
학습목표2. 샤블리 그랑크뤼의 '오크 사용' 또한 떼루아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임을 인지한다.
테이스팅의 피날레에서 그가 열어준 것은 ...Les Clos 2002였다.
글로 배운 간혹의 오해들을(그 뭐 샤블리 그랑크뤼 변별력 있냐는 내용의 비판들..) 해소시켜주시는 그런 모먼트였다.
30여 년이 지나 시음적기에 다다른 르 끌로의 모습은 아름다웠다.짙은 황금빛의 숙성에서 오는 삼차향들 버섯, 허브, 꿀, 홍삼.. 살아있는 산도와 함께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운..
오크는 테루아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지, 와인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했다.
10~15년 숙성 후에는 오크의 흔적이 사라지고 포도의 미네랄 캐릭터만 남는다고 했다. 결국 좋은 와인의 결론은 시간이 흐른 뒤 포도만 남는 것이다.
2024년 빈티지는 힘들었지만
와인은 가장 샤블리 다울거야.
처음엔 역설처럼 들렸다.
하지만 테이스팅이 진행될수록 그 말의 의미가 쌓였다.
샤블리의 정체성은 풍요로움이 아니다. 긴장감이다. 미네랄리티다. 산도다.그것들은 포도가 편안하게 익을 때가 아니라, 서늘하고 팍팍한 조건에서 나온다.
2024년은 어려웠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샤블리다운 빈티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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