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껍데기는 가라, 당신이 남길 알맹이는: Chartogne Taillet 방문기

idrinkwine 2026. 4. 15.

📍Chartogne-Taillet — Merfy
 
투어에서 유일하게 구면(?)인 생산자,
샹빠뉴 Merfy(메르피)의 Chartogne Taillet(샤르또뉴 따이예)의 Alexandre Chartogne(알렉상드르 샤르또뉴)를 만나러 갔다. 

메르피, 우리 그렇게 변방 아닙니다.


Merfy 마을은 Reims에서 10km 정도의 거리이다.
도멘을 다니면, 머릿속의 축적도 영점 조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생각보다 더 고만고만한 거리에 있는걸?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알렉상드르를 기다렸다.
앤틱한 느낌의 그의 응접실, 한국보다 먼저 봄이 와있는
풍경을 걸치니 더 운치있었다.

 



드디어 나타난 알렉상드르,


Comment vas-tu ? 잘 지냈어?

 
지난해 11월 샴페인 서울이라는 행사를 위해, 한국에서 만난 그였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테이블에 두런두런 둘러앉았다.
 
 
 


 
알렉상드르는 우리에게 물었다.
오늘 무얼하고 싶냐고,
뭐든 해보고 싶은 걸 이야기 해보라고,
당일 병입 작업이 있어 넉넉한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도
그는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렸다.
 

미네랄과 오가닉, 그리기 참 쉽죠?

 
원 하나, 원 안에 빗살, 원 안에 작은 동그라미들
와인, 미네랄,  오가닉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 됐다.
 

미네랄리티

 
토양 속 16가지 원소가 빗물에 녹아 지반으로 스며들고, 뿌리가 다시 이를 포도 나무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마치 유리처럼 항상 일정한 성질을 유지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반면
 

오가닉

 
포도가 영글어가면서 발현하는 과실미, 당도, 산도들과 포도의 피지컬들을 일컫는다. 오가닉의 특성은 마치 나무토막이 상하면서 분해되듯,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성질을 가진다. 그리고 퇴보한다.
 

미네랄 많이 많이


오가닉이 많은 와인은 숙성될 수록 늙고 퇴보하며,
미네랄이 많은 와인은 숙성될수록 안정감을 가지고 더 좋은 성질로 발전한다.
 
 
알렉상드르가 와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영속적인 것, 그리고 그것이 미네랄리티였다.
 
포도(품종) 떼루아를 담아내는 그릇일 뿐, 
그것이 샤르도네 건 피노 누아 건 믜니에 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떼루아의 성질과 상태였다.
 

1700년대부터, 포도 경작의 기록이 있었다던 숨겨진 보석같은 땅 메르피

 
 
알렉상드르는 그가 나고 자란 땅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메르피에 정착했다.
 
그리고, 메르피의 토양을 보살피는데 전력을 다했다.

커버 크롭의 뿌리는 흙속의 공간을 만들어주어, 포도뿌리에게도 도움이되고, 빗물이 땅으로 스미는데도 좋다고 한다.

 
와인의 미네랄리티는 과학적으로 정확히 규명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기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끊임 없이 탐구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남기려는 사람이엇다.
 

 

미네랄리티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양조 과정 전반에 걸쳐 있었다.



 그와의 테이스팅 시간은 그의 생각, 경험, 결과물을 한번에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1 .블랑 드 블랑, 다른 두 떼루아를 마셔보기

Heurtebises (우르뜨비즈) vs Les Couarres (레 꾸아레즈)
과실은 무시하고, 미네랄에만 집중해봐.

 

산화 양조로, 오가닉을 숙성과정에서 최대한 날려가며 변화하는 것들을 걷어내려 애썼다. 
변하지 않는 것을 담아내려 애쓴 두 뀌베였다.

  • 우르뜨비즈: 점토 토양, 칼슘 성질이 많아 와인이 둥글고 부드러우면서도 촘촘하며 밀도감있다.
  • 꾸아레즈: 모래 토양, 철분이 많아 미네랄이 강렬하고 플린티, 스모키한 늬앙스 확연하다.

 

 
예상한 바와 같이 두 밭은 붙어있다.
놀랍지 않은 사실이지만, 늘 놀랍다.


 


 
 
 
2. 같은 뀌베지만, 다른 2차 숙성 방식.
Hor-Serie 코르크 숙성 vs 크라운캡 숙성

현장에서 마실땐 무라벨이라, 라벨있는 친구들로 보여드립니다..!

 
크라운 캡은 공기 투과가 없다. 과실이 그대로 간직된다. 오가닉의 변동 가능성을 남기는 것이다.

반면 코르크는 수년간 미세산화가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오가닉을 최대한 날리고, 미네랄만 남기고 싶다는것이 그의 의도이다.
 

 
샴페인의 2차 숙성에 코르크를 쓰는 것은 오래된 본연의 방식이다. 아그라프(Agrafe)*라는 금속 클립으로 고정한 코르크로 2차 숙성을 했다. (*아시쥬? 앙리지로의 마개?)
 
크라운 캡이 보급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생각보다 신문물이죠?)
싸고, 밀봉이 완벽하고, 기계화에 유리했기 때문에. 
 

알렉상드르가 코르크로 돌아가려는 것은 복고 취향이아니다. 미네랄리티를 위한 가장 논리적인 선택이었다.

 
 


 
 
3. 장기숙성을 위한 환경 : 자체 보틀의 개발
 
그는 장기숙성에 샴페인이 부르고뉴 블랑보다 유리하다고 했다. 1차발효, 2차 발효, 병숙성까지 여러 단계의 숙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했다. 2~3년 동안 맛있다 맛이 없어지는 와인은 의미가 없다. 

사진의 가장 우측 두개의 병이, 곧 새로 출시될 따이에만의 보틀.


 
이병은, 조만간 출시될 와인들이 병입될 새로운 형태의 병이다. 용량은 750ml 인데, 매그넘과 동일한 산소 투과율을 구현한 병. 몸통은 더 통통하고, 병목은 더 가늘고 길었다.
 

일시적인 와인이 아닌 영속적인 캐릭터를 가지는 와인.

 
 
따는 시기에 따라 그 와인은 달라지는 게 아니고
하나의 궤를 유지할 것이다.

알렉상드르는 그것을 위해 병까지 직접 설계하는
치밀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가 떠올랐다.
 
오가닉은 알렉상드르에게 껍데기이다.
변하는 것, 분해되는 것,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

미네랄은 알맹이이다.
그안에 남는 것. 변하지 않는 것, 영속하는 것.
 
 





그렇다면 나는 와인을 대할 때 무엇을 붙잡고 있었나.
지난 11월 샴페인 서울의 부스 현장이 떠올랐다.
 

 
부스를 방문한 사람들의 대동소이한 질문들..

품종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데고르주멍은 언제인가요?
도자주는 얼마나 했나요?
말로(MALO) 했나요?
오크 숙성은 얼마나 했나요?
 
나도 늘 그런 것들을 궁금해 해왔다.
공부하면서 몸에 밴 방식이었다. 
수치와 기술로 와인을 이해하고 분류하는 것.
 

하지만, 그런 질문에 그의 답은 이렇게 돌아온다.
그런 것들은 상황과 떼루아의 특성에 맞춰 결정 되는 것이지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품종, 데고르주멍, 도자주, 말로, 오크사용
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틀이지만, 어쩌면 껍데기이다.
오가닉처럼 변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프레임이 되어버리면
되려 와인과의 소통은 단답형으로 끝나고,
끝내 막혀버릴 것이다.
 
디플로마까지 공부했지만,  그것은 더 넓은 세계를 보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라는 걸 여실히 느낀다.
그 밖에 수없이 많은 것들을 담지 못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껍데기는 사라질 것이고, 이제는 걷어내야 한다.
 
 

내가 와인을 탐험하면서 궁극적으로 가져가야할 것은 미네랄리티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껍데기를 걷어내고 나면
남는 알맹이가 분명있어야 할 테다.

수치와 팩트는 변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질 주관은 언젠가 명확한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 생산자가 그리는 땅을 상상하고,
그것이 나에게 어떻게 닿는지를 느끼고,
그 느낌을 나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
 
 

이 사람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은 왜인지 규명해야할 것이다.


 
 알렉상드르가 규정할 수 없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기에
그것을 결과물로 남기려 하듯,

나도 그렇게 와인 앞에 서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