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정이 가더라니 : 부르고뉴의 반골 Henri Richard 방문기
📍Domaine Henri Richard, Gevrey Chambertin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날이었다.
이런 궂은 날에도 기욤(Guillaume Berthier)은
밭부터 보여주겠다며 도멘의 뒤뜰로 우리를 이끌었다.

커버크롭으로 가득한 초록의 포도밭. 테이프로 구분된 경계로 왼쪽인 꼬흐베 (Aux Corvées), 오른쪽인 튈르리(Les Tuileries)라고 했다. 사실 튈르리가 꼬흐베의 일부인데, 1985년 추위로 포도나무가 죽어 이 구획에 포도나무를 다시 심을 때, 기존의 꼬흐베와 접목 뿌리(Root Stock)을 달리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지금의 두 뀌베에 성격을 가르는 요소가 되었다.

Domaine Henri Richard
1938년 오크통 제조공(cooper) 출신의 장 히샤르(Jean Richard)가 설립. 저명한 부르고뉴 작가 가스통 루프넬(Gaston Roupnel)로부터 마조예르 샹베르탱과 샤름 샹베르탱 구획을 매입하며 시작됐다. 현재 4세대 히샤르 바스티앙(Richard Bastien), 사라 바스티앙-베르티에(Sarah Bastien-Berthier) 남매, 그리고 사라의 남편 기욤 베르티에(Guillaume Berthier)가 운영. 총 4.5헥타르 규모. 1996년 제초제 중단, 2001년 유기농 전환 시작, 2005년 유기농 인증, 2018년 데메테르(Demeter) 바이오다이나믹 인증.
4.5ha
부르고뉴 기반의 도멘 치고는 작은 규모다.
특히나, Armand Rousseau(아르망 후쏘), Trapet (트라페)와 같이 크고 굵직한 이름들이 즐비한 주브레 샹베르탱 마을에서 앙리 히샤르는 거목들의 그림자에 가려 있는 작은 나무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가고 좋았다.

우리는 그렇게 우중 야외 수업을 더 들었다. 이제는 여러 비오디나미 도멘들을 다녀왔다고 익숙한 단어가 다시 들렸다.
🌳아그로포레스트리(Agroforestry)
1헥타르에 나무 40그루를 심으면 평균 기온이 2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시대에 밭의 온도를 조절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일 터이다.
주로, 복숭아,배,자두,아몬드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나무는 박쥐를 불러들이고, 박쥐 한 마리는 포도에게 해가 되는 나방을 백 마리나 먹어치운다고 한다.
그리고 나무의 뿌리는 토양의 물과, 산소를 통하게 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비바람과 함께한 상남자의 야외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양조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착실히 양조를 설명해주는 기욤.
모든 뀌베의 양조 방식은 동일하다고 했다.
이를 변별해주는 것은 오직 포도 뿐.
<양조 방식>
손수확 → 선별 테이블 → 홀 번치(뀌베 별 비율 다름) → 스테인리스 탱크 2~4주 발효 → 오크 숙성 1년 → 스테인리스 탱크 6개월 → 병입.
전 과정 일체의 첨가물 없음.
새 오크 거의 사용 안 함.

테이스팅룸으로 넘어와, 앙리 히샤르의 와인들을 직접 경험해보았다.
주요 Cuveés
부르고뉴 도멘들에게 뀌베는 20개 넘어가긴 일수인데,
이 집은 참으로 단출하다.
- Gevrey-Chambertin Aux Corvées — 도멘 본가 바로 뒤. 평균 수령 1970~80년대 식재. 75~80% 홀 번치 사용.
- Gevrey-Chambertin Les Tuileries — 꼬르베 안에 위치한 구획. 옛날 기와 굽던 자리(Tuilerie)에서 이름을 딴 밭. 1985년 동해로 포도나무가 전멸, 새로 심으면서 루트스탁을 바꿨다. 100% 홀 번치 사용.
- Charmes-Chambertin — 1921년 식재 포도나무 포함. 가장 오래된 구획.
- Mazoyères-Chambertin — 대부분의 생산자가 인지도 높은 샤름(Charmes) 이름으로 출시하지만, 이 도멘은 마조예르를 고집한다.쉬운 길을 가지 않는다(증멜) 100% 홀 번치 사용.
- 그 외 Marsannay, Coteaux Bourguignon, Bourgogne Aligoté
테이스팅은 알리고떼서부터 시작했다.
Bourgogne Aligoté Corvée de l’Église (부르고뉴 알리고떼 꼬르베 레글리즈)
알리고떼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듯하다. 오밀 조밀한 구조감과 날카로운 산도와 미네랄이 까랑까랑하다. 알리고떼부터 캐릭터가 확실하고 개성이 가득하다.

그리고 꼬르베 2022·2023 와 튈르리 2023
Gevrey-Chambertin Aux Corvées — 도멘 본가 바로 뒤. 평균 수령 1970~80년대 식재. 75~80% 홀 번치 사용. 1만병 내외 생산, 우아하고 실키한 캐릭터를 가짐
Gevrey-Chambertin Les Tuileries — '꼬르베 안'에 위치한 구획. 옛날 기와 굽던 자리(Tuilerie)에서 이름을 딴 밭. 1985년 동해로 포도나무가 전멸, 새로 심으면서 루트스탁을 바꿨다. 100% 홀 번치 사용. 3천병 내외 생산, 오 꼬흐베 보다 조금 더 관능적인 느낌. 조금 더 화려하고 응축미가 느껴짐. (포도알이 더 작다고 함)
Lieu-dit 속 Lieu-dit라고 해야하나, 주브레 샹베르탱의 빈야드 맵에서는 찾을 길이 없는 구획.
하지만, 이들은 가장 작게 쪼개진 구획에서도 한겹을 더 들어갔다.
미세한 차이를 온전한 개성으로 인정해주고자 하는 도멘 앙리 히샤의 보법은 참으로 집요하고 심지가 굳은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마침내
Mazoyeres Chambertin vs Charmes Chambertin Grand Cru
마조예레 샹베르탱을 만든 다는 것, 그것은 이집의 작지만 단단한 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정점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조예레 샹베르탱은, 샤름 샹베르탱으로 출시가 가능하다. (반대의 경우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두 그랑크뤼 구획은 규모가 비슷하지만, 실제 출시되는 비중은 마조예레는 샤름의 1/10 수준으로 밖에 출시되지 않는다. 두 구획은 분명히 떼루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이 정해놓은 일방통행의 길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름이 쉽기도 하고, 매력(Charmes) 그자체인 AOC의 이름을 달고 나오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어필이 되다보니,
마조예레는 분명 존재하지만, 샤름의 그늘에 가리워진 그랑크뤼이다.

앙리 히샤드는 그를 놓칠리 없다.
분명 떼루아가 다른 와인이니, 그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판매와 시장에서의 흥행보다, 신념이 더 우선시 되는 모습이었다.
마조예레 vs 샤름의 이야기는 별도의 글로 적어버렸다
https://idrinkwine.tistory.com/18
Mazoyères vs Charmes: 부르고뉴 그랑 크뤼의 이중 정체성
앙리 히샤르 포스팅을 쓰면서, 궁금하여 Claude에게 리서치를 시켜보았는데요? 저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합니다.🎓 Mazoyères-Chambertin과 Charmes-Chambertin은 법적으로 별개의 그랑 크뤼이지만,1937년 AOC
idrinkwine.tistory.com
그리고 올드 빈티지를 열어주는 기욤 (두구두구두구)
Mazoyères vs Charmes: 부르고뉴 그랑 크뤼의 이중 정체성
앙리 히샤르 포스팅을 쓰면서, 궁금하여 Claude에게 리서치를 시켜보았는데요? 저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합니다.🎓 Mazoyères-Chambertin과 Charmes-Chambertin은 법적으로 별개의 그랑 크뤼이지만,1937년 AOC
idrinkwine.tistory.com

영-롱한 갸-네뜨 칼라의 와인, 과실이 이렇게나 살아있다고?

1980년대 중후반 쯤...! 으로 배팅해보았는데요?

1978년 샤름 샹베르탱
잔에 따르는 순간 색부터 달랐다. 영롱한 가넷. 거의 반세기를 지나온 와인이 그렇게 살아있었다.
4.5헥타르에서 나온 와인이 47년을 버텨왔다는 것 — 그게 이 도멘의 진짜 규모였다.

화려한 피날레를 마치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냥 정이 갔을 뿐인데, 왜인진 모르겠고 일단 도멘의 와인들과 결이 너무 나에게 닿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데 이유 없고, 싫은 데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정확히 이틀 뒤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호텔의 로비에서 둘러앉아 두런두런 와인을 마시는 밤이었다.
기욤이 보낸 서프라이즈를 만났다.
기욤은 꼭 이 와인을 블라인드로 내주었으면 좋겠다 하였고, 그의 첩자는 지령을 잘 이행하였다.
샤르도네도 아니요, 알리고떼도 아닌데, 이게 뭐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찼다.

마침내 라벨 오픈!
응?
Cote de Nuits Villages Blanc 이었다.
그런데요?

Pinot Blanc 100%..ㅎ
그렇다.
부르고뉴에서 허용되는 품종은 생각 보다 다양하다.
부르고뉴 화이트로는 샤르도네만 생각하지만,
허용되는 품종은 생각 보다 더 다양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보조로 허용되는 화이트 품종으로 가장 유명한 알리고떼, 소비뇽블랑
그 외 피노 그리(Pinot Gris), 피노블랑(Pinot Blanc), 사씨(Sacy) 등이 있다.
샤르도네의 큰 그늘에 가려 있는 작은 품종을 굽어 살피는 이 반골 기질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덕분에 나도 책의 구석진 부분을 살폈다😇)
나는 또 앙리 히샤르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어쩐지 정이 가더라니
That's Why.
매력덩어리
부르고뉴 반골일세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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